도시 방학: 교토 #4

18년차 일본 여행자의 설렁설렁 교토 여행법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자

박소현 번역가가 들려주는 일본 여행 이야기

18년차 일본 여행자의 여행 스타일은

일본을 다닌 횟수에 비해 여러 군데를 가본 건 아니에요. 제 여행 스타일은 ‘반복’이거든요. 한 번 갔던 곳을 또 가고, 또 가고, 그 과정에서 예전 경험에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가는 걸 좋아하다 보니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한 곳을 조금씩 더 잘 알아 가는, 특별한 여행지가 아니라 그냥 옆 동네 놀러가는 느낌으로 설렁설렁 다니고 있습니다.

교토만의 특별함?

교토 하면 일본의 ‘과거’를 대변하는 곳이라 할 수 있지요. 과거의 문화, 과거의 유산, 과거의 사상이 짙게 남아 있어요. 그렇다고 과거에만 묶여 있는 건 아니에요. 과거의 바탕 위에 현대와의 조화를 추구하고, 어느 한편에선 다른 어떤 곳보다 빠르게 앞서나가기도 해요. 교토에서 100년 된 가게는 노포도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동시에 교토는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로도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그런 다양성이 교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온기가 느껴지는 과거로 회귀하는 도시

그렇지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은 도시, 교토

사실,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교토는 조금 지루할 수 있을 거예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과거의 유산들에 빠르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그렇게 느리고 정적인 면을 선호하고, 비슷함 속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걸 좋아해요. 교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지요.

히에잔의 요코가와 엔랴쿠지에서 박소현 번역가

도시 방학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것 외의 일정이 있다면

네 편의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것은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을 조금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자 하는 일정이라 할 수 있어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들이고요. 그 이외의 장소들도 추천해 드리자면, 교토 기타구(北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즉 교토 시의 살짝 북쪽 지역을 꼽을 수 있겠네요. 누구나 아는 명소로 예를 들자면 금각사, 가미가모 신사 등이 있는 지역이에요. 니시진 지역처럼 관광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숨은 맛집이 많은 동네를 포함해 다이토쿠지, 이마미야 신사, 겐코안 등 번잡하지 않게 교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많아요.

겐코안에서

뉴스레터에도 소개해 드린 시라카와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헤이안 신궁을 들러 난젠지까지 가는 경로도 정말 좋아해요. 교토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모두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길이거든요. 한참을 구경하며 걸어가다 마지막으로 난젠지의 산몬에 올라가 바람을 맞으면 정말 교토에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실 거예요.

여름 교토

교토의 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서 돌아다니기 힘들 수 있지만, 기온 마츠리를 비롯한 각종 마츠리가 많이 개최되는 때이기도 해서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가장 규모가 큰 기온 마츠리 때는 온 교토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사카 신사 주변에 모여 각종 야타이(포장마차) 음식을 즐겨요. 거리에는 기온 마츠리의 상징인 가마들이 줄지어 서 있고요. 교토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시조와 그 주변 거리가 보행자 천국이 되는 진기한 경험도 해 볼 수 있어요.

일본 여름의 풍물시인 풍경(후링)이 잔뜩 매달려 있는 광경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어요. 특히 신사나 절 중에는 풍경에 소원을 써서 매달 수 있는 마츠리를 개최하는 곳들도 있는데, 수백 개 풍경 소리가 짤랑짤랑 울리는 분위기는 정말 각별해요.

여름철 교토의 별미라고 하면 냉 니신소바지요. 교토의 명물인 니신소바는 사실 냉국수로도 맛볼 수 있거든요. 시원한 국물에 달달 짭짤한 청어가 정말 잘 어울려요.

조금 멀지만 교토 북쪽 산지에 자리한 기후네에서 나가시소멘을 체험해보는 것도 강추합니다. 계곡이 정말 시원해서 긴 웨이팅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랍니다. 사실 쯔유에 찍어먹는 소면 자체는 아주 특별한 맛이라고 할 수 없지만, 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에서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소면을 잽싸게 낚아채 먹으면 더위에 지친 몸에 이만한 보양식이 따로 없어요. 재미는 덤이고요.

이번 주에는 한국에서 교토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볼까요? 볼거리에 먹을거리까지. 교토보다 가까운 교토로 떠나봅시다.

교토 퍼펙트 말차

말차의 본고장 우지에서 날아온 진짜 말차! 교토 퍼펙트 말차는 일본에서 직수입한 말차를 선보이는 디저트 카페예요. 말차와 말차 아이스크림은 물론, 파운드 케이크, 바움쿠헨 등 말차가 들어간 디저트 6종까지 선보이고 있어 교토에서 즐겼던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현재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수원 타임빌라스 롯데몰 두 곳에 매장이 있어요.

한국에서 즐기는 교토, 어떠세요? 니지모리 스튜디오나 교토 퍼펙트 말차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교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특히 이자카야라면) 인증샷을 찍어주세요. 그리고 브릭스 매거진 인스타그램을 태그하여 알려주세요!

@bricksmagazine

방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굳어 있던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이고요.

한 도시를 온전히 경험하면서

도시마다 다른 리듬과 분위기를 감각하는 일.

익숙한 듯 낯선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싶은 이들을 위해

브릭스 에디터와 여행 기획자가 도시 방학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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